사회적 미디어에서 사회주의적 미디어로

아래의 내용은 [위키세상: 디지털 리터러시의 정치경제와 참여미디어의 약속]의 “6장. 자유의 단계들: 사회적 미디어에서 사회주의적 미디어로”을 요약한 것이고 토론하기 위한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소개와 내용 정리의 이유는 여기: [온라인세미나제안] 디지털 리터러시의 정치경제학과 참여 미디어의 약속

이 장에서 저자들의 초점은 자유주의적 자유/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운동이나 사회적 미디어를 정치화하자는 것이고, 그 논리적 다음 단계로 “사회주의적 미디어”가 제시된다.
“정보사회와 더불어 정보이론의 핵심은 네트워크 자체로 복수성을 허용하는 것이지만, 실제에 있어서는 총체성으로서 행위한다”(Suoranta & Vadén 2008: 157 다음부터는 쪽수만 표기)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지젝이 언급한 ‘사회적 총세성’으로서의 사회운동을 위해서는 (“들뢰즈의 리좀은 디지털 자본주의의 논리에 다름 아닌 상황을 고려할 때”[158]) 그 복수성이나 차이의 다양성에 주목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고, 그것들의 기초가 되는 사회적 총체성에 더 파고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정보적 상품의 희소성을 제거할 가능성을 주지만, 물질재들의 세계로까지 확장될 수 없”(160)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재)에 대한 자유소프트웨어적 접근(오픈소스)가 물질(재)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실험들도 존재한다. 이는 ‘오픈 디자인’(open design)으로 불리는데, 소프트웨어만이 아니라 하드웨어에도 오픈소스의 방법을 적용하자는 것이고, 컴퓨터 하드웨어는 말할 것도 없고, 자동차에 대한 오픈 디자인이 주목받는 사례이다. 오픈디자인의 가장 최근의 현황에 대해서는 Balka, Kerstin, Christina Raasch, and Cornelius Herstatt. 2009. “Open source enters the world of atoms: A statistical analysis of open design.” First Monday 14(11). http://www.uic.edu/htbin/cgiwrap/bin/ojs/index.php/fm/article/view/2670 참조.

저자들은 ‘사회적 미디어’(social media)를 사람들이 “그들의 경험과 시각을 협력하고 공유하기 위해 그리고 그들의 사회적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160)로 규정한다. 반면, ‘사회화된 미디어’(socialized media)는 사회적 미디어를 위한 실질적인 도구를 말하는데, 그 이용 공동체가 소유, 유지, 관리한다. 이를테면 해커공동체에 의한 자주관리와 같은 형태이다. 3차원 애니메이션 창작도구인 블렌더(Blender)는 애초에 사기업의 독점 소프트웨어였는데, 경영상의 문제로 더 이상 개발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이용 공동체가 돈모아 구입하여 자유소프트웨어로 전환시킨 그야말로 사회화된 미디어의 사례이다(160-1). [블렌더의 사회화 과정에 대해서는 3차원 애니/게임 창작도구 - 블렌더: 독점sw에서 자유sw로… - http://hack.jinbo.net/?p=204 참조]. 그런데 저자들은 “그것으로 충분한가?”라고 묻는다. “단지 진실하고 실질적인 민주주의 혹은 지젝이 레닌을 따라 ‘실질적인 자유’라고 말했던 것(현존하는 권력관계의 바로 그 좌표를 침식하는)의 입구에 데려다주는 것 뿐이 아니지 않은가?”(161). 그에 따라 저자들은 그 논리적 다음 단계로 ‘사회주의적 미디어’(socialist media)를 제시한다(161). 이는 주어진(해당) 미디어의 소유(권), 사용, 관리(administration)가 공유된 것을 말한다.
사회주의적 미디어를 위한 기술적이고 정치적인 조건으로 저자들이 제시하는 것은, ‘물질 자원의 사적 소유의 극복’(164)이다. 곧 실질적인 공공성의 확보이다. 전기 공급이 되어야 자유로운 인터넷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회주의적 미디어를 위한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조건이 또한 충족되어야 한다. 저자들은 이를 ‘물질적(tangible) 에너지와 자유 시간’(167)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거대 독점 자본이 이끄는 사회적 삶에서 벗어날 때 실질적으로 확보되는 것으로 본다. “국가와 시장화되는 교육 시스템에의 노예화, 기업들의 노예화로부터 사람들의 의식과 지적 자원들을 해방”(168)하는 것이다. 기존의 복지 시스템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부유한 해커들이 가지고 있는 자유주의적 공산주의를 넘어서 실질적인 자유를 확보하기 위해 “기본 복지와 함께 생활(삶의) 목표와 비-물리적 필요(욕구)에 대한 실질적인 통제”(168)가 가능한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야 한다. 즉 기본 복지의 생산이 또 하나의 자본을 위한 시장이 되는 게 아니라 그에 대한 “집단적이고 공유된 통제”(169)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인데, 저자들은 하트와 네그리가 [제국](2000, 403)에서 주장한 “사회적 임금(social wage), 시민 소득(citizenship income), 무조건의 기본소득(unconditional basic income)” 등을 제시하고 있다.

제국의 생체 정치적 맥락에서 점차 생산과 재생산을 구분하기 힘들어지고, 시간과 가치의 측정이 불가능해진다는 문제를 제기하면서 하트와 네그리는 이러한 생체 정치적 생산의 지형 하에서 프롤레타리아트는 하루 종일 도처에서 일반적으로 생산한다고 본다(윤수종 옮김. 2001. 이학사: 508-9). 이러한 “생체 정치적 생산의 일반성”에 입각하여 대중의 정치적 요구는 “모두에게 사회적 임금과 보장된 수입”(509)이다. “사회적 임금은 가족을 넘어 전체 대중에게, 심지어 실업자들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인데, 왜냐하면 “전체 대중이 생산하며 전체 대중의 생산이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 필요하기 때문”(509)이다. 이들에 따르면, 자본 생산에 필수적인 모든 활동은 전통적인 의미의 생산 영역, 재생산 영역, 비생산 영역을 막론하고 대중 전체가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그에 대해 동일한 보상으로, 전체 주민에게까지 확장된 실제로 보장된 수입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권이 모두에게 확대된다는 전제 하에서, 이 보장된 수입을 이들은 “시민 소득” – 즉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각자에 대한 응당한 지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기술이 아니라 집합적 실천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주의적, 참여적 미디어의 구축”은 이들이 볼 때 “생산양식에 있어서, 심리적 사회적 과정 – 의식이 형성되는 것 – 이 고려”(170)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위키(백과) 같은 것을 보면, 기술이 아니라 집단적인 활동으로서의 실천이다. 이러한 사회적 생산물로서의 정보와 지식은 생산 과정이자 커뮤니케이션 과정이면서 동시에 “통치와 규제의 권력을 둘러싼 헤게모니 전투”(170)를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에 정치적 학습 및 집단적 자기 조직화가 없이는 통제받고 규제받을 뿐이다. 저자들이 위키백과를 지나치게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듯 하지만, “단순한 위키백과 참여 과정조차 비판적 학습 경험”이 된다는 점에는 그런대로 동의할 수 있다. 이를 저자들은 사회주의적 미디어 생성으로 가는 과정, 더 나아가 마르크스가 말한 ‘일반지성’의 실현과 연결시킨다(171).

[경제와 리눅스를 합친] ‘오이코눅스(Oekonux) 프로젝트’(http://en.wiki.oekonux.org/Oekonux/Introduction)를 참조해서 사회주의적 미디어의 원리를 정리하면 소외의 부재, 자기 조직화, 자발적 참여, 자발적 책임감의 부담, 상호의존 하의 자율성 혹은 사회적 자기실현(Selbstentfaltung)이 된다(174). 한 마디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떤 문화, 어떤 공유의 문화(common culture)… 사회주의적 미디어는 그러한 생기넘치는 목표를 충족시킬 수 있는 수단인 것이다(175).

또 한 가지 강조되는 것은 ‘사회주의적 형식’이다. “사회적 미디어의 사용을 사회주의적 형식을 통해”(175) 하자는 제안을 한다. 현재의 사회적 미디어에 자본주의적 형식이 아니라 사회주의적 형식이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화되어야 할 것은 사람들의 의식과 행위 뿐만 아니라 생산의 바로 그 형식들”(175)이다.

그래서 저자들은 레닌 그리고 지젝을 따라 다음과 같은 정식을 제안한다(175): 사회주의적 미디어 = 기본 복지 + 공유 서버(common server) + 소비에트 권력

사회적 미디어에서 사회주의적 미디어로의 이행에 대한 대안적 개념화를 위해 미디어와 교육의 차원에서 자유를 (재)고찰하는데(176), 더 큰 자유는 “경제적 조건이 갖춰진 후에 하는 게 아 니라 교환가치를 걷어내는 것만으로도 가능”(176)고 본다. 이러한 자유는 또래 사이(p2p) 혹은 제3의 생산양식, 통치양식, 재산양식 등과 연결된다(177). 본문에서는 언급이 없지만 자유의 단계들에 대한 표4(178-179)가 이들이 말하는 자유의 재고찰의 내용이다.

..

특성

미디어

교육

폐쇄적(closed)

교환 가치

기업의 사업으로서의 미디어

이데올로기적 국가 기구로서의 교육

통제된 콘텐츠와 운반체

경제적 유용성, 콘텐츠의 통제 (사업 논리)

경제적 유용성, 콘텐츠의 통제(교육 정책)

상품화

소유하기로서의 학습

“잡종소싱”

(crowdsourcing)

고급교육 받는 시민의 평생에 걸친 교환가치

자유의

첫 단계

경제적 유용성, 제한된 협업

웹2.0

교육 콘텐츠 사업

시장 영역, 기업가 정신, 다문화적 자본주의, 자유주의적 공산주의

유튜브, 구글, 시민TV, 애드버스터 등

상품화된 반(semi)대상으로서 교사와 학생(지식 생산자, 소비자_

콘텐츠의 제한된 자율성

“공유하기”

“이용생산자”

이중의

자유

사용가치 / 가치 그 자체

협업으로서의 미디어

협업으로서의 교육

콘텐츠의 전적인 자율성, 운반체의 제한된 자율성

위키, 리눅스, p2p

프레이리,

상호의존 하의 자율성(Selbstentfaltung)

“공유주의적”(commonist)

“인터넷 접근 + 소비에트 권력”

존재로서의 학습

반성적 불확실성

삼중의

자유

세계와 뗄 수 없는 가치, 아리스토텔레스적 합목적성

즉각적인 미디어 실천

“탈학교 사회”

콘텐츠와 운반체의 전적인 자율성

위키피디아 + 생태적 자율성 + 자원의 통제

행동하여 학습하기, 본래적 기예(skills)

물질주의적으로 추동되지 않는 사람의 형식의 촉진

존재론적 관점에서 “평생 학습자”이자 인간으로서의 교사와 학생

“공산주의적”(communist)

“전기 + 인터넷 접근 + 소비에트 권력”

공유지로서의 교육

..

..

관련 글:

이 글에 달린 댓글을 RSS 2.0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위 글에 대해 답글을 남겨주시거나 트랙백을 걸어주세요!

1 Comment »

 
 

댓글 남기기

XHTML: You can use these tag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trike> <stro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