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유출(Wikileaks) 비판: “과학적 언론,” 혹은 주류 언론과의 거래

아래는 황해문화(2011봄)에 기고하기 위한 초안의 일부다.

3. “과학적 언론,” 혹은 주류 언론과의 거래

주류 언론은 국가 안보를 구실로 혹은 정언유착의 관계 속에서 정보 유출의 제약을 받는 반면, 위키유출은 “인터넷의 논리에 따라 정보를 유출한다.”1 그래서 제이 로젠(Jay Rosen)은 위키유출을 “세계 최초의 국가없는 뉴스 조직”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러한 진단은 일면적인데 위키유출이 뉴스의 원천 정보를 생산하는 과정은 그렇다 하더라도 그 유통에 있어서는 점점 기존의 주류 언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키유출을 주류 언론과 대안 미디어의 되섞기(remix 혹은 미디어 융합)의 한 모델로 볼만하다. 포스트포드주의의 인터넷 판본이기도 한 웹2.0과 소셜 미디어의 주류 네트워크문화에 발맞춰 위키유출은 뉴스의 생산에서 ‘위키위키’(wikiwiki)2 방식을 표방하며 뉴스 생산자와 수용자 간의 엄격한 노동분업 구조를 벗어나려고 시도한다. 하지만 그 뉴스의 유통에 있어서는 마치 국제 통신사처럼 여러 주류 언론 기업들과 제휴하면서 동시-대량의 파급력을 보존하고 있는 주류 언론의 지배적인 정보 유통 구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어산지가 말하는 “과학적 언론”(Scientific Journalism)도 이런 되섞기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위키유출은 단지 객관성이 아니라 과학이다. 위키유출은 새 유형의 언론을 생성하는데, 그것은 과학적 언론이다: 우리는 다른 미디어 출구와 함께 일하면서 사람들에게 뉴스를 제공하면서도 또한 그것이 진짜인지 검증한다. 과학적 언론은 당신이 뉴스 이야기를 읽고, 그런 후 온라인에서 클릭해 그것의 출처인 원본 문서를 볼 수 있게 한다. 그런 방식으로 당신은 이 기사가 진짜인가, 기자의 보도가 정확했는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된다.3

과학자들이 연구 결과만이 아니라 연구 방법과 분석 대상이 된 원천 데이터를 함께 공개하여 그 과학성을 표방하듯이 뉴스에 있어서도 고도로 편집된 요약 기사를 제시하면서도 그 근거가 되는 원천 정보를 함께 공개한다는 것이다.4 이 때 위키유출은 원천 정보의 제공 자체(내부 기밀 문서의 폭로)보다 이를 통해 수용자가 뉴스의 의미화 실천에 적극 개입하도록 초대되는 뉴스 생산 방식의 탈중심화 기획으로 보인다. 기존 언론의 범주를 넘어서려는 위키유출의 정보정치의 잠재력은 여기서 발생한다. 우선 기존의 언론은 (주요 뉴스 원천이자 광고주인 정부와 기업) 권력이 공식적으로 유출(공개)하는 정보나 비공식적인 유착 관계 속에서 유출되는 정보에 의존하는 반면, 위키유출은 “그 권력의 규칙을 위반하는 독립적 유출을 특화했다.”5 그렇게 되자 주류 언론이 확보한 정보로 구성하는 진실성은 권력과 언론 간의 상호 협력과 지배력의 보존을 위한 타협의 결과인 반면, 위키유출의 경우 그 기획상으로는 위키유출 자체의 권력 유지를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진실성은 그 권력에 상당히 위협적인 수준까지 전개될 수 있는 것이다. 주류 언론의 편집 과정에 동반되는 (알아서 다해주는) 검열과 같은 것이 위키유출에서는 (무엇을 공개할 것인가를 선별하는 과정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 또, 지금까지 정보 유출이 주로 주류 언론이 대중을 위해 매개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라면, 위키유출은 내부고발을 통한 정보 유출이나 유출된 정보의 해석에 있어서 대중이 직접 뉴스 생산 과정에 참여하고 주류 언론이 매개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위키유출의 이런 기획과 접근이 함축한 급진적 정보정치의 잠재력은 결과적으로 잠재적인 것에 그쳤다.

위키유출이 언론을 넘어선 언론으로서 위키 방식을 충분히 급진화하지 못한 것은 주류 언론과의 제휴 관계에서 드러난다. 원천 정보 전체를 공개하는 것과 동시에 위키유출은 사회적 파장을 최대화할 수 있으면서 공인된 신뢰성을 가진 채널을 확보하기 위해 기성의 주류 언론에 접근해 협상했다. 이는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했다. 우선 정보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위키유출이 내부고발로 유출된 정보를 널리 공개할 때는 정보 독점과 통제의 방식을 택한 꼴이다. 위키유출이 특히 5개 대형 신문 기업과 교정(redactions) 과정을 협력하면서유출된 정보를 선별해서 출판하는 배타적 권리를 그것들에 부여한 것은 스스로 정보 자유를 핵심 가치로 여기는 해커철학을 등진 것이나 다름없다.6 애초에 위키위키 혹은 공동체의 참여 방식을 표방했음에도 주류 언론과 손맞고 점차 초대형 사건을 만드는 선정적 폭로 중심의 “거대유출”7로 기울어진 것이다. 어산지가 세계 유수의 주류 언론사들과 함께 폭로할 문서를 편집하고 기자회견을 열면서 적극 채택한 스펙타클 효과는 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듯 하다. 지리(Giri)가 지적하듯이, 권력이 마치 이러저러한 정부기관이나 기업 조직의 최상층부를 차지하고 있는 몇몇 권력자들에게 있고, 그들은 대중에게 진실을 숨기거나 조작하면서 권력을 유지해나가고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게 만든다.8 그런 사고틀에는 “지배 권력과는 그것이 숨기고 있는 진실의 극적인 폭로를 통해서 싸울 수 있다”는 태도도 포함된다. 이는 슬라보예 지젝(Slavoj Žižek)이 지적하는 “미국 국무부라고 하는 ‘나쁜’ 비밀집단을 공격하는 ‘좋은’ 비밀집단이라는 위키유출의 음모적 양식”9과 짝을 이룬다.

이와 같이 위키유출이 기획하고 주류 언론이 연출하여 재현하고 있는 지배 권력과의 투쟁 서사시는 그러나 (런던에서, 어산지가 체포되던 때도 그와 상관없이 진행된 등록금 인상 반대) 학생 시위나 세계 각 곳의 노동자 투쟁과 연대할 여지를 두지 않는 듯하다.10 그렇다면 위키유출이 주류 언론과 거래하며 채택한 폭로형 정보 스펙타클을 전세계가 대량 소비하는 와중에 우리는 언론의 자유나 알권리조차 그런 스펙타클의 형태로 소비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위키유출은 저 상층부의 ‘권력’에 대항해 시민의 ‘알권리’를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때에도 시민과의 연결은 끊어져 있기 때문이다.11 그래서 위키유출이 ‘혁명의 언론’이라거나 기존 언론의 역할을 반성하게 했다는 반응들에서도 여전히 알권리나 언론의 자유는 공동체의 결사나 사회 투쟁 과정에 결부되는 권리 개념이라기보다 대중에는 은폐돼온 권력 내부의 어떤 진실을 적극 알려내는 위키유출과 같은 언론 조직이 누려야할 자유 개념에 머물러 있다.12 이에 더해 주류 언론과 위키유출의 제휴 관계와 협력 과정은 물론 의도된 것이 아니더라도, 언론 기업이 위험관리 차원에서 적용하는 그 원천 정보의 외주생산 방식에 들어맞는 것이기도 하다. 즉, 언론 기업이 져야했을 법적 책임이나 위험을 위키유출이 감수하고 이들 언론은 상대적으로 자유롭게 폭로 행위를 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볼 수 있다.13 이런 차원에서 위키유출이 탐사보도 형태의 언론이라거나 알권리와 언론의 자유의 보장을 받아야한다는 식의 구도 설정은 위키유출에 대한 탄압에 맞선 방어 논리이기도 하지만 주류 언론 기업들의 알리바이를 위해 혹은 부수적 혜택을 위해 동원된 논리라고 볼 수 있다. 결국, 이러한 한계들이 드러나면서 다니엘 슈미트와 브리기타 욘스도티르를 비롯한 위키유출의 일부 자원 활동가들은 위키유출이 대량 폭로와 미디어 이벤트로 가는 방식을 비판하며 2010년 11월 외교전문의 폭로가 준비되는 시점에서 위키유출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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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그냥 ‘위키’라고 줄여 쓰기도 하는데, 이는 하와이 선주민 언어로 ‘빨리 빨리’라는 뜻이다. 소프트웨어 디자인에 적용되면서 텍스트 생산의 근대 자본주의적 노동분업(저자 - 편집자 – 독자) 구조를 따르지 않는 열린 출판(open publishing) 방식을 가리키는 상징적 표현으로 사용되고 있다. , 누구나 바로 편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이 때 ‘위키’(빨리)는 시간의 문제라기보다는 텍스트 생산의 분업 구조를 극복한 직접성의 관계의 문제이다. 누구나 직접 쓰고 편집하고 읽는다는 것이다.

3 Julian Assange, “Dont’ Shoot the Messenger for revealing uncomfortable truths,” The Australian, 2010.12.8

5 Felix Stalder, 같은 글

6 Saroj Giri, WikiLeaks_beyond_WikiLeaks,” Mute, 2010.12.16

7 현재 아이슬란드 국회의원이며 시인이자 반전운동가로 위키유출에 참여해온 브리기타 욘스도티르(Birgitta Jónsdóttir)는 위키유출이 유출된 정보를 다양한 풀뿌리 조직, 캠페인, 지역 운동에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보의 독점적 통제와 주류 언론과의 협력을 통해 미디어 스펙타클 만들기에 경도되는 것을 비판하면서 “거대유출”(megaleaks) 혹은 “대량유출”(massive leaks)이라는 표현을 썼다. CBCradio The Current, “The Man Behind WikiLeaks, Julian Assange,” 2010.12.6

8 Saroj Giri, 같은 글

9 Slavoj Žižek, Good Manners in the Age of WikiLeaks,” London Review of Books, 2011.1.20

10 Saroj Giri, 같은 글

11 Saroj Giri, 같은 글

12 어사쥐 자신이나 위키유출을 옹호하는 측에서 그 활동이 언론의 자유로서 보장되어야 한다며 인용하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는 언론 및 출판의 자유만이 아니라 종교의 자유와 함께 집회 및 청원의 권리를 함께 명시하고 있다. 한 해커의 해석에 따르면, 종교나 표현의 자유는 공동체가 없으면 무의미하기 때문에 신념(종교)과 표현(언론)은 결사(연합)의 사례일 뿐이다(James Vasile, “Hack the System,” Hacker Visions, 2009.7.27). , 공동체의 결사를 위해 그 표현(언론)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고, 권력이 표현이나 발언을 두려워하는 것도 이를 통해 공동체가 결사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언론)의 자유는 특정한 언론 조직의 그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선언될 때도 공동체의 결사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필요하다.

13Felix Stalder, 같은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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