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는’ 사람들”이라니?

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는’ 사람들, 2010. 08. 15

출판된 책을 온라인으로도 자유롭게 공유하는 사례는 반가운데, 저 제목은 문제적이다!

그 사람들이 문화산업 혹은 창조산업에서의 불안정 노동에 처한 사람들이라면 모를까(그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제목!) … 혹은 반대로, “힘들여 쓴 책[녹음한 음반/음원, 제작한 영화 등]을 그냥 ‘퍼주는’ 초국적 기업들”이라면 모를까…

우리가 읽게되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그러나, “힘들여 쓴 책을 그냥 ‘퍼주어도’ 먹고 사는데 크게 문제없는 사람들”의 사연이다(책을 쓰는 임금노동을 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그러나 여전히 “힘들여 쓴” 것이기는 한데, 노동가치소유론(노동이 가치를 생산하고 그 생산과정을 통제한 사람이 그 가치를 소유한다), 그 중에서 특히 소유가 강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야 ‘그냥 퍼주는’ 탈소유와 대비를 이루어 아름답게 되기 때문이다.
이제, 지식의 공유는 그렇게 형편이 허락하는 사람들의 자발적 퍼주기 선택(과 그런 선택의 자유)의 문제가 된다. 만약 대부분의 사람들이 형편과 여유가 있더라도 사적으로 소유하고 독점하려들지 공유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래도 쫌 좋은 게 좋은 공유를 선택하자는 이런 운동은 상당한 의미와 성과가 있겠지만, 말했다시피 그런 조건(사적 소유와 독점) 하에서일뿐이고 기껏해야 지식 자선운동에 머문다. 지식 생산자의 맘씨좋은 선택! 그에 웃고 우는 문화에는 내가 춤출 수 없다.
지식의 사적 소유와 독점, 혹은 맘씨좋은 공유 모두에도 마찬가지로 춤 추지 못할 사람들: 이들은 혹은 우리는 아마도 형편이 닿는 분들보다 훨씬 더 힘들여 창작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인데, 왜냐면 노동통제라는 것이 있는 “업무상 창작”이나 “직무상 발명”인데다 업계 특성상 일 없으면 집에 가서 뭐든 붙여먹어야 할 불안정 노동의 상태에 있기 때문에 인간다운 삶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식의 공유나 정보 공유 운동이 저 사람들의 현실을 가려야 아름다운 이야기가 되고 있다는 데 큰 문제가 있다. “사람 잡는 야근…폐 잘라낸 SI개발자“이나 “‘내가 기술유출범?’…누명 쓰는 개발자들“에게 정보 자유와 지식 공유의 해커윤리(히매넌)를 그냥 ‘퍼주듯’ 보여달라고 부탁하기는 민망하니까… (오픈소스는 앞뒤 안 가리고 한다만.)

다른 한편,

저와 같은 공유 선택은 사실, 업무상 창작이나 직무상 발명 같은 것이 아닌, 직접적인 임금 노동 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독립적 창작자나 저작자들에게 초점이 맞춰있다. 창조적공유지의 텃밭이기도 하다.

그러나 독립 창작자들에게도 저런 제목은 문제적이다! 이제 독립 창작자들은 자본의 운동은 아니면서 생계 유지와 재창작을 위해 필요한 (창작물의 판매를 포함한) 수익을 구하는 활동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한다는 것인지.. 오해를 불러일으키니 말이다.

저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로 내가 공들여 만든 컨텐츠를 값없이 나눠줄 준비가 되었는가?”라는 초현실적 질문에 따르면, 그럼 이제 창작, 창조, 공유, 나눔은 꼭 안 그래도 되는데 그러면 좀 더 좋게 되는 사람들만의 미소가 되는가?

제일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출판된 책을 온라인으로도 자유롭게 공유하는 사례는 반가운 일이고 더 많아지면 좋을텐데, 그것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가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지가 함께 탐구되어야 한다.

그래서 저 질문은 다시: “진짜로 내가 공들여 만든 컨텐츠”(의 수익)을 저작권이라는 이름으로 왜 다른 법적 인간(들)이 챙겨가는 건지, 나는 맘씨 좋게 나눠줄래야 나눠줄 수 없는, 그랬다간 누명을 뒤집어 쓰거나 해적이 되는 이 추한 현실은 무엇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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