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커운동: [자본주의 해킹하기] 서문

해커문화, 해커운동 – 그것의 한 형태인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에 대해 자율주의 맑스주의 관점으로 분석한 책이 있다:

(스웨덴 출신인데 이름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일단) 요한 소더버그. 2007. 자본주의 해킹[하기]: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 루틀리지

책표지

Johan Söderberg. 2007. Hacking Capitalism: The 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FOSS) Movement. Routledge.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저자가 서문에서 밝히듯이 자율주의 맑스주의 관점을 해커공동체나 해커운동에 적용하기보다는 반대로 해커운동의 최근 성과인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자율주의 맑스주의 이론을 갱신하려는 시도이다. 그러니 이 책을 쓴 사람이 기대한 것은 그것이 어느 정도 성공했는가를 평가받는 것일 테고, 이 책을 읽는 사람으로서는 그것을 따져볼 일이 하나 있는 셈인데, 그걸 따져보려면 그 이론과 현실(운동) 모두 잘 알고 있어야 하므로 나에게 당장은 쉽지 않겠다.

그런 부담없이 해커문화, 해커운동,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에 대한 (많이 없었던) 맑스주의 분석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자율주의 맑스주의 관점이 어떻게 현실 운동, 그것도 성공적인! 기술운동 사례 분석에 적용되는지, 자율주의 맑스주의 관점이 적합한지 등을 궁금해하며 좇아가 보는 것도 재미가 있겠다.

저 출판사 사이트에 나오는 이 책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자유/오픈소스소프트웨어운동(Free and Open Source Software, FOSS)은 노동이 어떻게 생산을 자기조직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그 산물의 하나인] 그누/리눅스(GNU/Linux)라는 자유 운영체제는 세계적인 기업의 [독점] 운영체제와 경쟁할 정도이다. 이 책은 해커운동의 [이러한] 최근 성과를 통해 프리드리히 쉴러, 칼 맑스, 허버트 마르쿠제, 안토니오 네그리와 같은사상가들의 희망을 탐색한다. 아래로부터의 기술 발전에서 볼 수 있는 또 다른 정치적 행동주의를 탐색하는 첫번째 책인 셈이다.

진짜 재밌을란지.. 일단 서문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본다.

  • 프랑스 혁명 이후 섬유 산업에 도입된 방직 기계인 베틀(직기: loom)에 사용된 천공카드(perforated card)가 소프트웨어의 기원이 되는데, 이 혁신에 반대하는 수공 직조 장인들이 반발하는 태업(sabotage)이 있었다. 이런 태업은 마침 작업장이 최초로 계산기화 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렇게 19세기 섬유산업의 기술 혁신 과정에서 기술거부(공포증, Luddism)가 생겨났다(1).
  • 기술에 대한 저항으로서 러다이트 운동은, 기술 거부라는 그 말 뜻 그대로 해석되어 왔지만, 노동자들이 스스로 긍정적인 기술 개발을 하기 위한 수단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 차원에서 19세기의 러다이트 운동과 오늘날의 해커운동을 비교하는 부분이 흥미로운데, 양자의 공통점은 (자본주의) 기술 발전 과정에서 나타난 투쟁이라는 점이다. 즉, 이들은 자본주의 기술 발전에 저항하며 투쟁한/하는 역사 주체이다. 그런데 러다이트와 다르게 해커는 스스로 다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1-2).
  • 해커공동체, 해커운동은 노동관계 조직화의 대안적 모델로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이들 ‘노동’ 주체는 자발적으로 그 관계에 진입하고 집단적인 노동 활동을 조직한다(2).
  • 쉴러와 마르쿠제의 미적 놀이, 충동, 재미를 위한 혁명 등은 소스코드와 놀이를 벌이는 이들 해커, 자유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의 노동에서(도) 발견된다. 저자는 이를 ‘놀이투쟁’(play struggle)으로 부르고 있다. 그 정치학은시장 교환의 제약 외부에(임노동 관계의 외부에) 노동의 자기조직적 구성 권력이 있다고 본다. 컴퓨터 – 기계의 배치는 노동 통제를 위해 이루어진 것이지만, 바로 그 기술에 대해 노동 자율성이 형성된 것이다. 해커라는 유령!(2-3)
  • 해킹, 해커는 (주류 미디어와 정치경제 권력이 이를 당연히도! 범죄시하여 생긴 널리 알려진 이미지와는 다르게) 컴퓨터 기술을 비전문가들에게 접근 가능하게 하는 활동이고, 기업과 정부가 독점해온 연구 개발(R & D)을 깨고, 기술 발전의 원리를 규제해온 사회적 노동분업을 침식하고 있다. 이는 그누/리눅스(GNU/Linux) 자유 운영체제라든가 파일공유를 위한 또래간(p2p) 네트워크 등을 통해 잘 나타나고 있다(4).
  • 이 책은 해킹을 프리즘으로 해서 지적재산권 체제, 컴퓨터, 인터넷, 네트워크된 자본주의 등을 탐색하고자 한다. 자유/소프트웨어 역사나 자유/소프트웨어 공동체에 대한 현장 기술지가 아니고, 명사로서의 해커가 아니라 동사로서의 해킹(hacking)에 관심이 있다(5).
  • 기존의 맑스주의 논의는 해커 정치학이나 해커운동에 대해 많은 관심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5). 이 책은 자유/소프트웨어운동에 대한 맑스주의 이론을 통한 분석이 아니다. 반대로 네트워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 해킹을 통해 맑스주의 이론을 재검토 하기 위한 것이다(6). 전통 노동 이론으로 설명되지 않는 자유/소프트웨어 개발자들(과 그 노동)은 우리의 ‘노동’ 성격에  대한 관념과 노동자계급 구성에 대해 새로운 문제들을 던져주고 있다(6).

대충 이 정도로 정리하면서 빼먹었지만 중간중간에 흥미로운 지적들도 있다. 그리고 이 서문에 이은 각 장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나오는데, 이는 목차를 적는 것으로 대신한다.

  1. 해커운동의 배경
  2. 후기-포드주의 관점에서의 자유/소프트웨어 개발
  3. 정보의 상품화
  4. 정보재의 소비와 욕구
  5. 정보 생산
  6. 네트워크 경제에서 시장과 선물
  7. 해커의 놀이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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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

 
  • su 님의 말:

    재밌겠네요. 근데 아직 번역이 된 건 아니겠죠? 크. 목차2번에 후기-포드주의는 포스트-포드주의를 옮긴 것 같은데, “후기”라고 하면 자율주의에서 말하는 “포스트-포드주의” 의미를 전혀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뭔가 연속성이 없는 것은 아니기에 “탈-”이라고 하는 것도 그닥 어울리지는 않고. 때문에 다들 그냥 “포스트-포드주의”로 음독해서 옮기는 것 같아요. 애매함을 살리면서.

    [답변]

    해ㅋ의 답변:

    네! 어렵지만 재밌다는… 번역이 안 되어 있는데요, 해볼까? 살짝 생각을 해보기도 하였는데요, 혼자서는 감당하기 힘들어 그저 이렇게 정리해보는 정도로만…

    아, 포스트-포드주의가 낫겠네요. 최대한 한글로 표현하자 생각하다보니 그리 썼는데 말이죠.

    [답변]

  • [...] 찬물을 끼얹는 글이 하나 떴다. 스웨덴 출신으로 앞서 소개한 ‘자본주의 해킹하기‘라는 책을 쓴 요한 소더버그의 분석글이다. 심각한, 하여간 복잡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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