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음악·게임·SW는 여간해서 훔칠 수가 없다: 불법복제는 도둑질이 아니다!

모든 창작은 모방이예요, 그니까 복제는 도둑질이 아니죠!라고 외치는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많아지고 있지만,

워낙에 돈 있고 힘 있는 자들이 풀뿌리 복제문화 때문에 망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퍼뜨려온 “불법복제 해적질은 도둑질이다”라는 강요된 ‘상식’은 아직 ‘상식’이다. 더 나아가, 불법복제하면! 도둑, 악마, 그리고 이제 “사라집니다”의 지경까지 이르렀다.

“불법복제 해적질은 도둑질이다”의 미국판으로서 그  대표적인 캠페인 광고는 “… 훔치지 않겠죠!”(“You wouldn’t steal a…”, 2004)인데,

유튜브에서 이용약관 위반으로 “사라집니다” 되었고, 대신 호주판인 “영화 해적질은 범죄다”(Movie piracy, It’s a Crime)가 아쉬운대로 아래에 있다… (근데 내 기억으로 아래의 내용이 “… 훔치지 않겠죠!”였던 것 같기도 한데!?)

보다시피,

상점에서 DVD 케이스를 자기 옷속에 숨겨서 훔치는 장면이 나오고, 곧 개인용컴퓨터에서의 영화 파일 다운로드가 완료되는 장면이 이어진다. 즉, (불법)복제는 도둑질이라서 범죄라는 것이다.

하지만, 불법복제는 도둑질이 아니다! 더군다나 오늘날의 불법복제 해적질의 대상인 영화, 음악, 게임, SW 등은 여간해서 훔칠 수도 없다!!!

요새도 물론 저렇게 상점에서 음악 CD, 영화 DVD라는 “물건”을 몰래 훔치는 일들이 있겠지만, 혹시 이것이 큰 손실을 입혀서 그렇게 난리를 치는 거라면 모를까, 개인용컴퓨터에서 영화 파일 다운로드가 문제라면 그것은 훔치는 것이 아니다. 저작권법 위반일 가능성이 있을랑 말랑 하지만, 적어도 절도나 도둑질이 아니다!

마침 이런 주장을 하는 글이 있어

그 주요 주장만 간추려 보자면,

SW를 하나 복제하면 원본은 그대로 있고, 내가 갖는 복제본이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우리가 아는 훔친다는 말은 여기에 적용 안 된다. 실제로 나는 어떤 것을 창조했다. 하지만, 저작권을 침해하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불법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의 조건에서 복제는 창조다. 혹은 복제는 (재생산이자 동시에) 생산이다. 이 명제는 앞으로 계속 다듬어갈 것이다.

그러면 당신은, 합법적 복제본에 대해 지불할 돈을 “효과적으로” 훔친 거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렇다, 도둑질이라고 하는 것은 비유적으로 상당히 맞는 듯 하다. 더군다가 그 소프트웨어나 문화생산물을 내가 만들었다면, 나는 정말이지 내가 만든 것을 도둑맟았다(는 생각을 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하지만 보다 널리 많이 자신이 만든 생산물을 퍼뜨리고 확산시키는 (간접적이거나 미래의 수익을 기대할 수도 있는) 가장 저렴하면서도 효율적인 방식이 바로 자유복제 해적공유이다. 계속해서 이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이다.

그런데, 위의 당장의 금전적 손실에 대한 계산에 대해서도 보면,

물론, [불법복제 하지 않는다면 정품을] 살 수도 있다. 그러면 그 상업적 판매자에게는 손실일 수 있다. … 이용자는 그 돈을 다른 곳에 사용할 수 있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것처럼 사용되지 않은 돈에 대해 말할 수는 없다. 그저 관념적일 뿐.

바로 그런 관념으로 영화의 경우, 무료 다운로드 1회 = (입장료) 8,000원 피해! 라는 초현실적인 등식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적질은 “저작권 위반”이라고 말해야 한다. 그런데, 저작권은 시간제한적이고[보호기간이 있고 그 후에는 자유이용], 국가가 부여한 독점임을 알고 있다면,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이 독점이 일반적으로 나쁜 일임을 받아들이므로, 저작권 침해는 독점에 대한 침해일 뿐이다.

그 뒤에 “개인적이고 비상업적인 사용 위한 우리의 공유를 막는 것은 마치 헌 책을 내맘대로 못팔거나 친구에게 주지 못하게 막는 것이랑 똑같다”면서 공유가 아름다운 의무이기도 하다는 식의 이야기가 계속 되지만 여기까지만 하고.

위 글은 소프트웨어(SW)에 대해서만 이야기 하는데, 디지털 형태로 존재하는 문화생산물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위의 단순하지만 상식에 기댄 설명에서와 갈이, “불법복제 해적질은 도둑질이다”라는 ‘상식’은 우리가 아는 도둑질의 상식에 비추어 상당히 비상식적이다. 더 나아가, 풀뿌리 복제문화를 찬성하고 진흥하려는 쪽에서조차 이런 상식과 비상식이 뒤섞여 있다.

예를 들어,

이번 추석에 불법 다운로드 받으라던 덕담에서도 그 비유가 잘못되었다.

“길을 걸을 때 바닥에 최신 헐리우드 영화 DVD가 길바닥에 널려 있”고 이 떨어진 것들을 줍는다는 것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떨어진 것을 줍는다는 비유가 훔친다는 비유와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고, 그러다 보니 그것이 주은건지 훔친건지 판단하기 애매한 문제로 불필요하게 논쟁을 일으켰던 모양이다. 그래서 저 글은 (실리거나 옮겨진 – 참세상이나 이글루스에 붙은 댓글들이 웅변하듯) 비교적 선전했지만, 그 비유 때문에 효과가 많이 반감된 것이다.

하여간,

그래도 여전히 불법복제는 도둑질? 누군가 뭔가를 훔친 것? 이라는 의심이 계속 든다면, 맞다. 아닌게 아니라 그런 일이 있다. 그것은 문화생산물과 정보생산물의 소비-이용 과정에서가 아니라(있기는 있지만 크지 않고), 바로 그 생산 과정에 있다(여기서는 거대한 범죄조직처럼 체계적이이다)! 그래서 질문은,

사실, 훔친 것은 누구이고 무엇이 도둑맞은 것인가?

까지 나가야 한다.

나는 (예를 들어 영화의 경우) 이용자들이 불법복제 해적질하기 전에 영화 자체가 이미 영화제작노동자들의 피땀과 피눈물, 그리고 소비자들의 혈안(대량의 관심과 주목)을 “훔쳐서” 만든 것이라는 주장을 할 참인데, 차차[차]~ 자세히 이야기할 것이다.

이제 끝내야 하는데 하나만 더 굳이 보태면,

위의 이야기는 물건을 훔치는 것과 디지털 파일을 복제하는 것과 다른 성격을 갖는다는 점에 착안한 것인데, 이 때 반드시 주의할 것은 정보예외주의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여간해서 힘들다는 점이다.

디지털 정보는 다르다, 정보는 물질과 다르다, 정보의 본질적인 특성 때문이다 등이 그것인데, 정보도 그렇고 물질(의 희소성) 역시 문제는 사회적 (생산)관계가 더 결정적이고, 디지털 정보 형태가 본격적으로 탐구되기 시작하던, 100년도 훨씬 전에 푸르동이라는 사람은 “소유는 도둑질이다“라고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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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Comments »

 
  • 뎡야 님의 말:

    지난 글에도 트랙백 보냈는데 표시가 안 되나요 스팸함에 들어가 있는 거 아님??

    [답변]

    해ㅋ의 답변:

    아, 그랬어요? 거의 처음으로 스팸함을 자세히 봤더니, 우와! 그러네요. 건져냈어요, 몇 개. 역시 스팸과의 전쟁에 자주 나가시니…
    (당장은 못하고 있지만, 나중에 스팸문화에 대해서도 들여다 볼 겁니다. 완전 재밌는 이야기들이 있다능…)

    [답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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