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주파수? 경매제? 전파의 진보적 활용1: 방송주파수 재배치
문화연대 소식지 상상나누기에 실린 글(여기! 에서도 볼 수 있다).
황금주파수? 경매제? 전파의 진보적 활용1 : 방송주파수 재배치 - [뻔뻔한 미디어농장] 8번째 포럼후기
[뻔뻔한 미디어농장]의 8번째, 2010년 들어서 첫 번째 포럼은 전파(주파수)의 문제를 다뤘다. 이번에는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에서 “방송주파수 재배치” 현황과 쟁점을 발제한 후 함께 토론했고, 3월 하순에 이어지는 9회 포럼에서는 그야말로 ‘전파의 진보적 활용’에 대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눠볼 것이다.
전파는 이제 우리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된 것같다. 텔레비전을 보거나 라디오를 듣기 위해서, 휴대전화로 통화를 하기 위해서, 무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 밖에도 리모콘이나 무전기, 선 없는 마우스 같은 것은 이용할 때도 모두 전파에 의존하고 있다. 통신, 방송만이 아니라 교통, 의료, 물류의 현장 곳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생활의 필수 요소가 된 전파를 누가 어떻게 무엇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 어떻게 하면 더 좋을지에 대해서는 거의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전파의 원리와 응용 기술을 좀 알아야하는데 어렵기만 한 기술 용어들이 잔뜩 쏟아져 나온다. 그러다보니 우리 모두의 공공자원이라던 전파에 대한 정책 결정 과정은 철저히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정부나 대기업 등의 이해관계자에게 맡겨져 있을 뿐이다.
그런 취지에서 이번 [뻔뻔한 미디어농장] 포럼은 전파에 대해 잘 모르지만 그래도, 아니 잘 모르기 때문에, 현재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우면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진보적 활용에 대해 가늠해보는 자리로 준비됐다.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의 이재명 회장이 “방송주파수 재배치”라는 제목으로 발제를 해주었다. <발제문 내려받기>
전파와 주파수의 원리에서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의 국내 방송통신 주파수 활용 현황과 디지털 전환에 따른방송주파수의 회수/재배치 문제, MMS(Multi mode Service) 도입 문제, (가칭) 송신공사 설립 문제, 라디오 디지털 전환 문제 등 주파수를 둘러싼 쟁점이 제기되었다.[뻔뻔한 미디어농장] 포럼의 최다 참석자라는 기록을 세운, 스무 명이 좀 안 되는 참여자들은 어렵다고만 생각한 전파 기술, 정책, 문제에 대해 침묵의 겨를 없이 쭉 질문-답변, 토론이 이어졌다.
여러 가지 얘기가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원리로 하는 방송이 실제로는 그러지 못한 현실에 대한 얘기가 와닿았다. 우리는 지상파 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는 사실이 무색하게 수신료도 내고 실상 케이블방송료까지 내가며 보고 있다. 전파를 사용한 방송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라고 하면, 보통 옥상에 설치돼 있는 안테나와 방 안의 텔레비전 수상기를 연결만 하면 (지상파) 방송이 나오는 것이 맞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이렇게 텔레비전을 보는 경우는 전체 인구의 10%도 안 된다고 한다. 안테나만 다는 것으로 (지상파) 방송이 나오지 않는 것은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자연적 및 인위적 난시청, 수신설비 미비 및 훼손 등), 그러면서 우리는 ‘지상파’로 방송을 보는 일을 (요구할 것을) 포기하고비용을 지불하며 유료방송을 신청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기본으로 돼야하는 것이 안 되고 있는데, 어느새 우리는 우리의 전파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 전에는 안 그러다가 자연이 파괴되고서야 자연을 보호하자고 하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을 찬양하듯이, 전파가 노다지가 되고(황금주파 수?) 돈놓고 돈먹는 장사속으로 넘어가고(경매제) 있는 이제야 우리는 전파에 대해 다른 방식을 생각할 필요를 느낀다. 그러나 자연은 다시 이전으로 되돌리기가 여간해서는 힘든 일인 것과 다르게, 전파는 인위적인 정책결정과 독점으로 망가져있는만큼 필요하다면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가능성은 늘 있다. 우리 모두의 정보 접근의 권리, 표현할 수 있고 표현할 수단을 이용할 권리, 재산과 지위가 없다고 소외되거나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갖기 위해서는 점차 전파, 그 정책결정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비록 기술과 전문가들이 우리의 접근을 제일 앞에서 가로막고 있는 듯 하지만, 전파는 무엇보다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우리의 삶을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가의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3월 중순에 있는 다음 <뻔뻔한 미디어농장> 포럼이 기대된다.
관련 글:
이 글에 달린 댓글을 RSS 2.0으로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위 글에 대해 답글을 남겨주시거나 트랙백을 걸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