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손수 제작물(UCC) 비판 (짧게!)
두어 달 전에 어느 곳에서 이용자 손수 제작물(UCC)에 대한 아주 짧은 글을 부탁해서 쓴 게 있는데, 그렇지 않아도 짧게 압축하느라 욕봤는데, 지면의 부족으로 일부가 또 짤려나간 채 나갔다.아래는 그렇게 짤려나가기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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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손수 제작물(User Created Content)은 우리 사회의 변화를 가리키는 하나의 열쇠말임에 틀림없다. 우선, ‘이용자’(User)가 소비자가 아니라 생산자가 된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예술이나 문화산업에서의 전문 창작 과정뿐만 아니라 구전 설화, 동화, 민요 등을 보면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 모두가 첨가하고 변형시켜 만든 대중 공동 창작물이고, 그런 대중 공동 창작 행위는 언제나 있어왔다. 근대 자본주의의 생산관계가 일반화되면서 일반 대중은 소비자나 향유자의 위치에 붙박히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사회적 관계를 벗어던지고 다시 직접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된 걸까? 이 용어를 구성하는 두번째, (손수) ‘제작’(Create)이 바로 이 점을 가리키고 있다. 전문 교육과정을 밟은 사람들과 그 소유자들의 전유물인 전문제작 시스템은 비싸기도 해서 일반인들은 쉽게 접근할 수 없었다. 20년 전 아날로그 비디오 카메라의 보급, 10년 전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와 비선형 편집 프로그램의 보급, 그리고 지금 광대역 인터넷과 무선 통신의 대중화가 이루어지면서 이제 제작과 유통을 위한 시스템에 이용자들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전자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예술가 없이도 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는 예술 생산의 민주화가 진척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마지막으로 제작물(content)의 문제를 보면, 사정이 꼭 나아진 것만은 아니다. 워낙에 있어온 이용자 손수 제작물들은 사실상, 이제 그것을 실어나르는 산업적 유통망이 갖춰지고, 웹2.0의 유행과 더불어 그것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을 기대하는 자본의 광고 활동이 있고 나서야 현재와 같이 널리 알려졌다. 유씨씨가 유행하기 시작한 2005년은 유튜브나 판도라TV가 서비스를 시작한 때였다. 제작물 대신 ‘콘텐츠’라는 말이 더 많이 쓰이고 있는데, 문화콘텐츠산업은 이미 90년대 초반부터 신성장동력이라며 전격 진흥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기술의 발전은 그 유통의 채널과 플랫폼을 엄청 쏟아냈지만(디지털TV, 케이블, 위성, 인터넷미디어, DMB, IPTV 등), 정작 이것들을 채울 콘텐츠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 때, 이용자들의 참여 제작은 전문 제작물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을 타개할 하나의 콘텐츠 개발 영역으로 또한 주목받았다. 이용자들은 즐거이 창작하고 나누는 것이지만, 구글 같은 곳에서는 16억달러를 들여 인수할 사업 영역이었고, 유튜브 창업자들은 일거에 16억달러를 벌면서 거기에 비디오를 올린 일반인들의 ‘자유노동’에 대해 단 한 푼도 주식 배당을 하지 않았다.
결국, 유씨씨를 통해 우리는 제도화된지 얼마되지도 않은 문화산업에 의해 어떻게 대중의 자유로운 창작과 공유가 주변부로 밀려났는지를 새삼 알게 되며, 다시 그것이 주류 대중문화 안으로 포착될 때는 결코 경제적 측면(상품화+상업화)과 정치적 측면(검열+통제)에 자유로운 것이 아니라 바로 그 맥락에서 취해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 방송물이나 영화를 가져다가 되섞은(remix) 유씨씨들을 저작권으로 문제삼고, 이를 만든 이용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빈번하게 삭제되는 일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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